잊혀진 이름, 윤복진을 아시나요?

 

◈  "기러기"  "가을밤"  "찔레꽃"  ◈

 

윤복진 작시

박태준 작곡

 

 

. 우리가 '가을밤'으로 알고 있는 이 동요는 원래 시인 윤복진의 동시 '기러기'에 박태준이 곡을 붙인 것으로, 1920년에 작곡된 우리 동요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곡이다. 우리나라 동요의 효시라고 불리는 윤극영의 "반달"(1926) 보다 6년이나 앞서서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해방 후 윤복진이 월북했다는 이유로 어느 날 이 노래는 음악교과서에서 사라지고 이태선이 새로 가사를 쓴 '가을밤' 과 이원수 시 이연실 개사의 '찔레꽃' 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 '기러기' 는 당시의 많은 노래들이 그렇듯이 가곡, 가요, 동요 등으로 특별히 구분하지는 않았으나 작사자가 주로 동시작가로 활동하였으니 동요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 1907년에 대구에서 태어난 윤복진 시인은 한국전쟁 중 월북하여 1991년 평양에서 세상을 떠났다.

.

.

. 그로 인하여 한국에서는 그의 노랫말로 된 노래들이 금지곡으로 되었기에 <기러기>는 이태선 작사의 <가을밤>과 이연실 개사의 <찔레꽃> 등으로 바뀌어 불렸으며, 이 외 잊혀진 동요로 윤복진의 홍난파 곡인 <하모니카>는 윤석중 작사로 바뀌어 이어져 왔다.

. "욕심쟁이 작은오빠 하모니카는" 은 "우리 오빠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으로 改詞돼 원저자의 이름은 세월에 파묻혔다.

. 또한 중학교 땐가 음악시간에 미국 민요 "몰리 달링(Molly Darling)" 곡에 붙여서 배웠던 "망향"(아득하다 저산너머 흰구름 머무는곳)이란 노래는 윤복진 시 '그리운 고향'(먼 산에 진달래 울긋불긋 피었고) 를 바꿔 부른것이다.

. 그리고 가을을 대표하는 서정가곡 "아! 가을인가" 는 요즘 윤복진시 나운영 작곡으로 나오지만 아직도 나운영작시,작곡 또는 김수경(卿)시로 나온것도 있는데 이는 윤복진의 필명인 김수향(郷)을 악보 인쇄과정에서 향(郷)을 경(卿)으로 잘못 인쇄된것을 수정없이 사용한것이다.

. 그가 남긴 동요는 작곡가들에 의해 무수히 노래로 재탄생되었다. 윤복진의 시는 특히 박태준이 곡을 많이 붙였는데 그 이유는 일제 강점기는 대부분 작곡가들이 일간지나 잡지를 통해서 창작한 동시를 취득하던 시기였다.

. 박태준은 계성학교의 후배이자 음악을 좋아하는 윤복진과 친하게 지내게 되어, 그의 수준높은 노래가사를 손쉽게 이용하여 작곡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윤복진은 우리나라 동요의 선구자로서, 일제시대에 수많은 동요를 써서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분이다. 잊혀져 가던 윤복진 시인과 그의 노래가 재조명되어 다시 널리 불려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작사자 소개

 

< 윤복진 : 尹福鎭, 1907 ~ 1991>

(본명 : 福述 / 필명 : 金水鄕, 金貴環)

 

. 1907년에 대구에서 태어난 윤복진 시인은 1924년 계성학교를 졸업하고 1925년 9월 방정환 주간 <어린이>잡지에 "별따러 가세" 로 방정환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하였다.

. 1930년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동요현상모집에 당선작을 냈으며1936년 일본 동경법정대학 문학과 졸업후 1946년조선문학가동맹 아동문학부 사무장 및 조선문화단체총연맹 경북지부 부위원장을 지냈다.

. 1950년 6.25동란중 월북하여 1991년 북한에서 사망하였다.

 

< 이태선 : 아동문학가, 1915 - 2002 >

 

작곡가 소개

< 박태준 : 朴泰俊, 1900 ~ 1986 >

 

. 박태준(1900~1986) 선생님은 대구 출신의 작곡가이다. 기독교계 계성학교를 거쳐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하였다. 숭실전문학교 재학시 서양 선교사들에게서 성악과 작곡의 기초를 배웠다.

. '가을밤', '골목길' 등을 작곡하였는데, 이 곡들은 동요의 초창기 작품으로 평가된다.

. 졸업 후 마산 창신학교에서 교직갱활을 하며 우리나라 선구적 시인 이은상과 함께, '소나기', '동무생각' 등의 예술 가곡 형태의 노래를 작곡하였다.

. 1924년에서 1931년까지 모교인 대구 계성중학교에 재직하면서, '오빠생각', '오뚝이', ' 맴맴' 등의 우리나라 동요의 대펴적인 작품들을 작곡하였으나, 이 가운데 윤복진의 작사에 곡을 붙인 50여곡의 작품들은 윤복진의 월북 이후 가사가 바뀌거나 금지되기도 하였다.

* 1932년 이후는 미국의 Tusculum대학과 Westminster대학에서 합창 지휘를 배우고 귀국한 뒤 1936년 숭실전문학교 교수로 취임하였으며, 민족 항일 말기에는 민족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다.

. 1945년 전문 합창단인 한국 오라토리오합창단을 창단하고 1958년 연세대학교에 종교음악과를 개설하였으며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학장을 역임하였다. 또한 1968년 이후 한국음악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서울음악제를 창설하는등 음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훈장, 서울시 문화상, 예술원상을 수상하였다.

. 작품으로는〈오빠생각 (뜸뿍뜸뿜 뜸뿍새 논에서 울고…)〉과 〈사우(思友):동무생각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등 150여 곡이 있다.

 

동요 기러기 (가을밤,찔레꽃) 소개

 

 

기 럭 이

(원곡명 및 가사)


윤 복 진
작시

박 태 준 작곡

노래 박 안 수

 

.(파란 글자는 개사한 것임)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길을 잃은 기러기 날아 갑니다.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 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로

엄마 엄마 찾으며 흘러 갑니다.
(엄마엄마 부르며 날아 갑니다)

먼 산에 단풍잎 붉게 물들어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 갑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저 먼 나라로
엄마엄마 부르며 날아 갑니다

오동잎이 우수수 지는 달밤에
아들 찾는 기러기 울며 갑니다.

엄마 엄마 울고 간 잠든 하늘로

기럭기럭 부르며 찾아 갑니다.

 

엄마를 잃고 엄마를 애타게 찾으며 날아가는 아들 기러기와 아들을 잃고 울면서 아들을 찾아 다니다 상심한 나머지 하늘나라로 먼저간 엄마기러기, 이사실을 모른체 엄마 엄마 부르며 엄마찾는 가엾은 아들 기러기를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지며 자꾸만 눈물이 훔쳐지네요.

 

 

가 을 밤

이 태 선 작사

박 태 준 작곡

노래 김 차 경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가을밤 고요한 밤 잠 안오는 밤
기러기 울음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이 노래는 지금도 초등학교 5학년 음악 교과서에 올라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진 동요이다.

 

 

한참 후에 가수 이연실씨가 '고향의 봄'의 작사자인 이원수 선생님이 1930년 '신소년' 잡지에 발표했던 '찔레꽃'이라는 동시를 '가을밤' 멜로디와 시대에 맞게 가사를 고쳐 부른 곡이 '찔레꽃'이다.

. 여기서 계절이 가을에서 봄으로 바뀌었지만, 공통적인 점은 3가지 가사에 모두 '엄마'가 등장하는 점이다.

. 특히 이연실씨가 가냘프게 떨리는 음색으로 약간 울먹이듯 부른 <찔레꽃>을 듣노라면 갑자기 엄마가 너무 그리워서 울컥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 이원수씨의 '찔레꽃' >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누나 일 가는 광산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남모르게 가만히 먹어 봤다오

.

광산에서 돌 깨는 누나 맞으러

저무는 산길에 나왔다가

하얀 찔레꽃 따 먹었다오

우리 누나 기다리며 따 먹었다오

 

< 이연실씨가 고친 '찔레꽃' >

 

 

찔 레 꽃


이 원 수
작시

이 연 실 개사

노래 이 연 실

 


 

< 찔레꽃 >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넘어로 흔들리는 꿈

< 클레멘타인 >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쪽에 묻어주
비 오면 덮어 주고 눈 오면 쓸어 주
내 친구가 날 찾아도 엄마 엄마 울지마

< 기러기 >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 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날아 갑니다

< 가을밤 >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시골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 이연실씨는 자신이 위와 같이 고친 가사로 <찔레꽃>이란 노래를 불렀을 뿐 아니라, 위와 같은 중간 사설을 <클레멘타인>멜로디로 삽입한 다음 연속으로 <기러기> 가사와 또 <가을밤> 가사까지 (그러니까 3가지 가사를 모두) 메들리처럼 이어 부른 음반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은 이 노래의 가사가 도대체 어떻게 구성되고 또 노래 제목은 어떻게 되는 건지 헷갈리게 되었으리라고 추정됩니다.